2003.02.23 11:57
홧병
미국의 의학 용어 사전에 마땅한 영어가 없어 그냥 "홧병"을 음독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홧병을 잘 아시죠?
이 세상에 유일하게 우리 한국 여성들에게만 있는 병입니다.
베트남의 어떤 승려가 "화"를 풀 수 있는 길이라고 책을 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이나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돌팔이 의사가 하는 짓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환자를 보았을 때 왜 이런 병이 생겼는지 그리고 어떤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될 텐데 왜 그리 아프냐고 나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철모르는 아이가 길을 달리다가 넘어져서 다쳤다면 어른들이 그 길을 잘 닦아서 다음에는 달려도 넘어지지 않게 조치를 취해주든지 아니면 그 길을 달리면 위험하니까 달리지 말라고 알려주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고 왜 안전하지 않은 그런 길을 달렸느냐고 나무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 아닙니까?
철없는 아이는 철이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무슨 대응책을 알려줘야 하는데 철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슨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옳지 못한 짓입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여성에게만 그런 "홧병"이라는 것이 생기겠습니까?
첫째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단히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보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더 날리는 경우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여자 농구, 여자 배구, 여자 탁구, 여자 핸드볼, 여자 하키 그리고 여자 골퍼들 등등
그리고 예술 방면에서도 여러분들이 이미 잘 아시는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세상에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린 수많은 일들이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 졌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언급하고 말겠습니다.
둘째
그렇게 능력 있고 능동적인 우리 여성들을 칠거지악이니 삼종지도니 또 장자상속 등의 관습으로 너무 많이 옭아맸으니 어찌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살았겠습니까?
아니 사내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부인을 학대하고 작은집을 보았으니 씨앗을 보면 부처도 돌아앉는다 했는데 그 가슴의 응어리를 안고 살았으니 가슴에 멍도 들고 남았겠습니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아니 조선조 초기에만 해도 나름대로 자유분방했던 우리 여성들을 성리학의 고리로 묶어 놓았으니 남성들도 어쩌지 못하는 그 생리적인 욕구를 억누르고 살았으니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은 우리 여성들이 차라리 우러러 보입니다.
셋째
불과 30여 년 전에도 계집아이가 공부해서 어디 쓰느냐 하는 말을 하는 부모가 많았습니다.
모르지요.
지금도 그런 무식한 말을 하는 부모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지 못했습니다.
마음은 뻔한데 실력이 따르지 못하니 그 심정은 오죽 했겠습니까?
남편이라고 남자라고 큰소리만 치려하고 집안일은 옳게 다스리지 못하는 그 남편이라는 사람들의 처분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여성들이 "홧병"에 걸리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내가 말하는 이 세 가지만 해결되면 자연적으로 우리 여성들이 갖고 있는 홧병은 저절로 치유가 됩니다.
그 다음에 "영과 육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기도하면서 자신의 도량을 넓힌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 될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남의 깊이 없는 이론에 따른다고 풀리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부디 우리 여성들이 활개를 쭉 펴고 뜻을 마음 끝 펼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