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21 09:31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막연하게 나도 언젠가는 가지고 싶다고 꿈꾸어왔던 넓은 정원을 얻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정원을 얻었으니 예전에 보았던 남들이 가진 예쁜 정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봄에 흐드러지게 핀 제주도의 유채꽃 밭도 생각나고,
화왕산 자락을 붉게 물들인 철쭉 군락도 생각나고,
키가 커서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어느 곳의 은행나무,
동구 밖에 서있는 큰 당산나무인 느티나무도 생각나고,
책에서나 본 영국의 잘 정돈된 장미 정원도 생각나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일본의 정원도 아름다웠고,
파랗게 잔디로 다듬어진 미국의 가정집 마당도 아름답고,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본 열대림도 내 정원에 가져다 놓고 싶고,
너무 큰 나무만 있으면 조화롭지 못한 것 같으니 작은 나무들도 심어놓고 싶고,
나무가 있고 숲이 있으니 그 속에다가 연못도 만들면 좋겠고,
연못이 있으니 그 연못 속에 물고기가 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물고기도 가져다 놓고,
물고기까지 있는데 어찌 그 연못 옆을 거니는 동물들이 없을 수 있느냐?
작은 동물들이 있으면 큰 동물들도 있어야지,
철따라 피는 꽃이 다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온 정원이 항상 꽃으로 뒤덮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이곳에는 이런 꽃 저 곳에는 저런 꽃 하고 각가지 꽃을 심다보니 먼저 심었던 꽃들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같아 심었다 뽑았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정원 자체가 온통 누더기 꼴이 되었습니다.
그냥 한가롭게 연못 주위를 노닐면서 내가 보기에 좋으라 한 그 크고 작은 동물들이 정원을 헤집고 다니면서 나무나 화초를 갉아먹으니 그 놈들을 그냥 두어서는 정원이 망가질 것 같아 그냥 두어서는 아니되겠다 싶어 잡아들여 우리에 가두었습니다.
우리에다 가두었더니 이 놈들이 미쳐 날뛰면서 철망에 받쳐 머리가 깨지고 코가 깨져 보기에 아주 사납습니다.
아름답던 유채꽃도 지고나니 꼴도 보기 싫고 장미도 가시만 있어 만질 수도 없고,
잘 다듬었다고 생각했던 나무들도 새 가지가 나면서 아주 이상한 꼴로 변해버려 보기가 싫습니다.
어찌 저런 미물들이 내 마음을 모르고 저렇게 제 마음대로 난리를 부려 내 일생일대의 희망인 아름다운 정원을 망가뜨리는지 아쉽고도 또 아쉽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인 노무현 씨의 마음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어찌 너희들 미천한 사람들이 봉황인 내 뜻을 알겠느냐?
답답하고도 답답하다.
자신이 자연의 순리나 원리도 모르고 욕심만 앞세운 것은 모르고 남 탓만 하는 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