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5 08:08
그래도 물은 흐른다
내가 아무리 안타깝게 몸부림쳐도 세상을 그대로 존재합니다.
내가 아무리 힘든다고 아우성쳐도 세상은 본래 모습 그대로 존재합니다.
그것은 세상이 나를 힘들고 안타깝게 만든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이 스스로 힘들어 하고 안타깝게 몸부림쳤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세상은 본래 모습 그대로 존재하지만 작게 보면 내가 사는 이 세상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 자신이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변화에 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일 수 없습니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라면 어제의 내 친구 내 동료가 오늘이 내 친구 내 동료도 아닐 겁니다.
그런데 어리석고 욕심많은 우리 인간들이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고 어제의 내 친구요 내 동료였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제 마음대로 생각하고 짐작했다 제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안타까워 합니다.
세상을 살되 미시적인 안목과 거시적인 안목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내가 아는 것들 혹은 내가 원하는 것들만이 이 세상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것인 양 착각하고 행동하다 마지막에는 크게 낭패를 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세상을 힘들고 고달프게 사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모든 나무가 파랗게 싹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항상 잎은 떨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만 기억하고 있으니 어찌 봄이 내 곁에 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 입에서 무덥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여름이 옵니다.
그 다음에는 또 추운 겨울도 오겠지요.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변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