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05 08:20
기도할 때에 누구를 찾아 명호를 부르지 말아라
내가 처음 절밥을 먹고 절 잠을 잔 곳이 청도에 있는 사리암이라는 곳입니다.
그 곳에는 "나반존자"를 아주 엄숙하게 모셔 놓고 있습니다.
나는 그 때만 해도 "나반존자"라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도 몰랐을 뿐 아니라 그 곳에 모신 분이 "나반존자"라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힘들고 설날 아침에 식구들 얼굴 보기 민망한 일이 있어 잠시 몸을 피해 절을 찾는다고 찾은 곳이 그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절에 왔으니 기도라도 올려야 되지 않을까 싶어 한밤에 대웅전으로 올라갔습니다.
대웅전에 들어갔더니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잿빛 바지에 염주를 돌리며 무엇이라 말을 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반존자, 반존자" 하는것 같아 나도 그렇게 따라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화장실에 가다 안내판에 쓰인 글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 사람들이 밤새도록 입에 올린 그 명호가 내가 들은 바 "반존자"가 아니고 "나반존자"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얼마나 내가 멍청했으면 그랬을까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아무리 간절하게 기도했다 해도 자기의 이름도 옳게 모르고 드린 나의 기도를 그 분이 들어주셨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세상 그 어느 나라 불교에서도 우리처럼 불경을 읽고 배우는 대신에 명호를 부르는 경우가 없습디다.
알고 보았더니 예전 신라 시대에 원효대사께서 절을 자주 찾는 부녀자들이 한문을 잘 몰라 불경을 읽지를 못했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불경은 읽지 못하지만 명호라도 열심히 입에 올려도 그 간절한 뜻이 전달되지 않겠느냐 해서 그렇게 가르쳤다는 것 아닙니까?
그 전통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어느 절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또 어느 절에서는 "지장보살"을 또 불보 사찰이라는 양산 통도사 같은 곳에서는 "석가모니불"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또 기독교에서는 만사를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나를 못 살게구는 나쁜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하는 나의 기도가 과연 예수나 부처에게 통할 수 있겠습니까?
게으른 사람이 부자되게 해주십시오 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간절하고 진실되게 기도한다고 그 기도가 이루어지겠습니까?
또 인간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힘이 부족할 때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지 그냥 새 새끼 마냥 입만 벌리고 있다고 누가 먹을 것 입을 것을 가져다준다는 말입니까?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입으로 명호만 부른다고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