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09 14:13
오직 모를 뿐(Only I don't know)
화계사 조실로 계셨던 숭산 스님이 열반하셨습니다.
우리 한국 불교를 세상 널리 펼치신 대단한 업적을 이루신 분이라 소문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다비식이 있었는데 장작에 불을 지필 때에 어느 신도가 한 말이 있습니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십시오"
믿고 의지하며 따랐던 스님의 다비식에 참석하신 분이셨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습니까?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4대 생불 중의 한분이라 칭송받던 분이 열반하셨으니 어찌 보면 열렬한 박수로 환송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런지요?
이 모진 세상에 남아서 더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외국인 제자들도 열반식에 많이 참석하셨는데 다비식의 만장 중에 영어로 쓰여진 만장도 많았답니다.
그 중에 하나가 Only I don't know (오직 모를 뿐)랍니다.
수많은 공안 중의 하나로 수많은 불자들이 붙잡고 정진했지만 답을 얻지 못한 그 공안입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도 모르고 또 지금 이 세상을 사는 나는 무엇이냐?
나도 이 세상 만물이 돌고 돈다는 윤회설을 믿습니다.
나는 과연 이 생이 몇 번 째의 생인지 모릅니다.
죽어서 무엇이 될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 생도 옳게 다듬지 못하는 내가 무슨 힘이 있어 과거의 내 삶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며 특히 아무 것도 모르고 힘도 없는 내가 내생에 대해 왈가왈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나는 숭산 스님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님께서는 이 생의 삶에 만족하십니까?
"저승에 가서 부처님을 만나 당당하게 나는 이렇게 살다 왔습니다 하고 말씀드릴 수 있으십니까?"
내가 알기로는 부처님 자신도 당신의 가르침이 바로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시는데 숭산 스님은 과연 어떤 마음이실까?
궁금합니다.
언젠가 숭산 스님을 한번 불러서 물어봐야겠습니다.
아직은 촌닭 장에 내놓은 것처럼 정신이 없으실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