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와 돈오점수
요즈음은 좀 뜸합니다마는 몇 년 전만 해도 돈오돈수가 옳으냐 돈오점수가 옳으냐가 한국 불교의 큰 화두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돈오돈수는 한번 크게 깨우치면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말이고 돈오점수는 한번 깨우쳤다고 공부하기를 게을리 해서 안 되고 계속 정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돈오돈수도 맞는 말이고 돈오점수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돈오돈수를 말한 사람의 돈오와 돈오점수를 말한 사람의 돈오가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말이 다르고 뜻이 다른 말을 글자가 같다고 같은 뜻이라 생각하고 어느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평행선을 긋는 철길과 같은 두 논리를 한 곳으로 모으려 하니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렇다고 돈오돈수나 돈오점수라는 말을 석가모니께서 직접 하신 말씀도 아닙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불교 공부를 하다 나름대로 깨달았다고 한 사람들 중에 일부는 돈오점수를 말했고 다른 사람은 돈오돈수를 말한 것입니다
불가의 유명한 화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느냐?”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에서 생, 노, 병, 사 번뇌의 고리를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지 어찌 그 제자 중에 한 두 사람이 말한 한 두 마디 말에 근본을 잃어버리고 흔들리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에서 돈오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했으나 각각의 돈오가 의미하는 바는 다릅니다
말과 글이 같다고 뜻까지 같다는 말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돈오돈수가 맞느냐 돈오점수가 맞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화두가 된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더욱 중요한 점은 돈오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어느 누가 인정해줄 수 있습니까?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는 돈오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주장하지 못 했습니다
또 그런 경지에 대해 올라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돈오돈수냐 아니면 돈오점수냐를 가지고 서로 따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감히 어떤 사람이 돈오돈수가 옳다거나 돈오점수가 옳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 개인이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국회 도서관 소장 장서가 얼마 전에 일억 권이 넘었답니다
여러분들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셨습니까?
얼마 전에 만권의 책을 읽었노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도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아마 그 방송을 보신 분들은 상당히 놀랐을 겁니다
그런데 만 권의 책은 일억 권의 책에 비하면 0.1%에 불과 합니다
나머지 99.95의 책은 어쩌면 우리는 책들의 제목도 모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여러분들이 다녀오신 나라는 몇 나라나 됩니까?
다녀왔다 해도 존체를 본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분을 본 것 아니겠습니까?
70억 인구 중에 우리가 만나본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됩니까?
나도 처음 공부할 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 하겠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손에 뭘 쥐고 있으면 다른 것들은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는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 하는 것에 붙잡히지 말고 너른 지혜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039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정신혁명 : THE SPIRITUAL REVOLUTION]
(음성)https://youtu.be/NqTkRQ1OGjo
(영상)https://youtu.be/QkfHGnlpX-8
(팟캐스트)http://file.ssenhosting.com/data1/4people/tsr039.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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