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서 (SPEC.)
건물이나 구축물 혹은 공장을 지을 때 사용하는 도면을 보면 정말 내용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한 실시설계 그리고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을 알리려는 샾 드로잉까지 한 치 빈틈없이 설계대로 시공되도록 치밀하게 준비한다
뼈대를 이루는 것만 아니라 내 외장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재료의 재질과 크기 그리고 색상까지 때로는 상품명으로도 기록한다
스펙은 원하는 건물 혹은 구축물을 설계와 차질없이 시공하도록 하기 위한 지침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스펙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스펙은 전공과목이며 그 전공과목을 활용하여 어느 직종에 근무할 것이냐?
원활하고 생산적으로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연관 과목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나이 많은 아날로그 세대는 컴퓨터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워드 프로세스나 파워 포인트 혹은 엑셀을 취급할 수 있는 능력이 좋은 스펙이 되어 인사고과 등에서 유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신세대에게는 그런 기능이 크게 대접받지 못 한다
왜냐?
신세대는 그런 기능을 보편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 보면 자격증을 어렵게 취득했으나 실생활에서는 활용하지 못해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본다
내가 세상을 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스펙인데 요즈음 세태를 보면 스펙을 위한 스펙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아담한 한옥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이층 혹은 삼층 콘크리트 건물을 지을 것인지 먼저 목표를 확실하게 설정해야 한다
남이 장에 간다니 거름지고 십리 간다는 말이 있다
나만의 목표 없이 남만 따른다고 되될 일이 아니다
개발에 편자라는 말도 있다
도움을 주려는 의도와 달리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거나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의 상태가 실질적으로 사회생활에 필요한 스펙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펙을 위한 스펙을 쌓아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옛 속담에 재주 많은 놈이 밥 굶는다는 말이 있다
얼음을 깰 때는 송곳으로 깨야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큰 망치로 아무리 쳐봐야 얼음은 깨지지 않는다
남이 장에 간다니 거름지고 십리 따라간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니고 나만의 스펙으로 무장해서 당당하게 사회로 진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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