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한계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조선 시대 작자 미상의 시조입니다
말이 씨가 되고 입이 보살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마음대로 지껄이는 것을 경계한 겁니다
우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릇에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한탄 말고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좋은 뜻으로 말한 사람의 말에 가슴 깊이 상처를 받았다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조직에서도 보면 서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사물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뜻만 관철시키려하니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기가 난망할 겁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표현하는데도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릇 하나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요 무늬와 모양 또한 수십 수백 가지 아닙니까?
그 그릇을 만드는 재료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입니다
내가 어느 사람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평범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두 단어 ”행복”과 평범”를 여러분들은 어떻게 이해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니 뜻이나 의미를 아신다 하시겠습니까?
마이클 셀던인가 하는 미국 교수가 정의란 무엇이가라는 책을 가지고 강연을 해서 대단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과연 “정의”의 뜻을 알고 정의를 말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공자의 제자 한 사람이 공자에게 와서 하소연했습니다
아버지가 매를 때리는데 맞아 죽을 것 같아 도망쳤다고 말했더니 공자가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아버지가 화가 나있는데 네가 도망을 가면 얼마나 화가 더 나겠느냐” 하며 나무랐답니다
다음에 다른 제자 하나가 죽을상을 하고 와 공자가 왜 그러느냐 고 물었답니다
“아버지가 화가 나서 매를 때리는데 지난번 선생님의 말씀에 따랐더니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 때는 공자가 뭐라 했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냥 맞고 있었더란 말이냐 그러다 정말 네가 죽으면 너의 부친이 얼마나 상심하겠느냐“
그러면 어쩌라는 것입니까
”효“도 그렇고 ”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가에서도 무념 무상을 가르치고 무아와 무심을 가르칩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 중에 진정한 인과 효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불제자들은 무념 부상 그리고 무아와 무심의 올바른 뜻을 어떻게 알고 있겠습니까?
2500년 전에 생존하셨던 분들이라 만나 물어볼 수도 없으니 전적에 쓰인 글을 보고 본래의 뜻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전적을 통해 본래의 뜻이 온전하게 전해졌을 것이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온전하게 뜻이 전해졌다면 수많은 파벌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왜? 사회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비록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같은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다릅니다
주변 환경과 조건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어찌 말 한 마디로 뜻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장담하십니까?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참 그림같이 아름답다“
잘 그려진 정물화를 보았을 때는요
”실물을 보는 것 같다“
아름다움이나 정확함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언어는 단어 그 자체로는 절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느껴야 합니다
그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자체로 한계가 있습니다
아차 잘못하면 오해나 곡해가 생겨 시비가 붙거나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크기에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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