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 죽어!
부산에는 자살하기 좋은 해안 절벽이 많습니다
태종대 자살바위, 이기대 절벽, 그리고 송도 혈청소 절벽 등등
이 곳 저 곳을 정말 정신없이 흔적 없이 죽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다녔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한 여름 밤에 광안리 해변에 가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그 힘찬 기운을 나에게도 좀 나누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 “공줄이 세니 기도해야 한다”
도대체 “공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뱉은 말들이 나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태풍은 막아도 칠성바람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도저히 인간 구실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더듬이 잃은 곤충 신세처럼 처량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불현 듯 떠오르는 모습
바람을 타고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끼 독수리 한 마리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맞다
칠성바람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래 막을 수 없다면 그 바람을 타면 되는 것 아니냐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양탄자를 타고 나르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내가 만약 그 바람을 타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내가 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바람 타는 방법을 알아내자
한 순간 용기가 치솟다 곧 나락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버린 형국 아닙니까?
내가 세상을 모르고 세상사는 방법을 몰라 끊임없이 방황하다 처참한 지경이 되어 죽기를 갈망했던 것 아니냐
그런데 이제 또 원점으로 되돌아가 그 방법만 찾으면 된다고 기분이 좋다 했으니 기가 찰 노릇 아닙니까?
불가능하다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죽자 흔적 없이 죽자
흔적 없이 죽어야 부모님들의 마음에 상처를 덜 줄 것 아니냐?
죽자 죽자 죽자 죽어 죽여라 날 죽여라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그래도 무슨 의미가 있고 쓸모가 있어서 일 텐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날 낳아준 부모님들께 도움 하나 되지 못하는 존재,
살아서 뭘 한단 말이냐
죽가 죽자 죽자 죽어 죽여라 죽여라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며 소리도 못 지르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누구이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몸과 마음 아니 목숨을 바치고 기도했습니다
기도 끝에 어떤 해법도 주지 않고 방향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면 진작에 기도를 하지 말라 하셔야지
갖은 고통과 수모를 겪으며 기도할 때는 좋은 소식 줄 것처럼 기미를 주시더니
마지막에 죽자 죽자 외치도록 하시려 그랬습니까?
도대체 내가 누구를 향해 기도 올렸고 무엇을 위해 기도올렸습니까?
목숨 바쳤으니 개인적인 그 어떤 것도 원치 않았습니다
다만,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 아닙니까?
제 구실하며 살겠다는데 그 것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민중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까?
불교에서 가르치는 전생의 업은 과연 우리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겁니까?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원죄 때문에 우리 인간이 고통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겁니까?
나라는 존재를 왜 이 세상으로 보냈습니까?
정녕 쓸모없는 존재라면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냥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그 때 한 마디 말씀에 계셨습니다
“내가 언제 너를 팽개쳤느냐?
네가 받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으니 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내가 더 답답하다 이 놈아”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나는 몰랐습니다
주머니에 단 돈 700원, 100원짜리 동전 7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다 해보자 결심했습니다
150원 짜리 초 넉 자루와 향을 준비해서
100일 기도 중에 다녔던 산에 올랐습니다
해답을 주신다니 받아야지
004 죽자 죽어! [정신혁명 : THE SPIRITUAL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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